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 발매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읽게 된 [옥상에서 만나요]
정세랑이라는 작가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 책에 관해 아무런 정보조차 찾지 않았다. 책장을 펼치면서 놀랐던 건 옥상에서 만나요라는 작품이 소설집이었던 것이다. 그간 작가님의 작품은 모두 장편이었기 때문이다. 예상했던 대로 작품은 유쾌하기도 나의 아픈 점을 콕 찌르기도 위로해주기도 했다.
옥상에서 만나요는 표제작 옥상에서 만나요를 비롯해서 9개의 단편들이 담겨있다.
-웨딩드레스 한벌을 거쳐갔던 44명의 이야기,웨딩드레스 44
-친구인 효진과 나의 전화통화를 그대로 담은,효진
-조선시대 인물인 은열을 주제로 논문을 쓰는 정효와 알다시피라는 밴드의 이야기, 은열
-언니인 보늬를 갑작스럽게 잃고 난 후 돌연사.net을 운영하는 나와 친구들의 이야기, 보늬
-77 사이즈였던 여자가 뱀파이어가 되면서 영원히 77사이즈가 되어버리는, 영원히 77사이즈
-갑작스러운 사고로 귀에서 갑자기 과자가 자라나는 기묘한 이야기, 해피쿠키 이어
-이혼으로 결혼생활의 모든 걸 파는 이재와 친구들의 이야기, 이혼 세일
-규중소녀비서라의 책에 있는 주문으로 남편을 소환해내는 이야기, 옥상에서 만나요
-대식국과 소식국간의 갈등을 담은 이야기, 이마와 모래
모든 단편들이 좋았지만, 이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건 효진, 웨딩드레스 44, 보늬, 옥상에서 만나요 였다.
" 혹시 나의 특징은 도망치는 것이 아닐까? 누구나 타고나게 잘하는 일은 다르잖아 그게 내 경우에는 도주 능력인 거지 참 잘 도망치는 사람인 거지" 효진의 한 대목이다. 사실 효진은 효도를 강요하는 아버지, 최악의 이별 방식을 보여주는 전 애인 그리고 대학원 후배에서 도망친다. 여기서 효진이 생각하는 자신의 특징이 빛을 발한다. 효진을 옭아매는 모든 것에서 비로소 자유로워진 효진이 훌훌 털고 굴레에서 벗어난다. 효진이 꿋꿋하게 잘살았으면, 도망치는 게 잘못이 아니라는
보늬
죽음 그리고 애도
모으고 모아서 연결해보면 답이 보이지 않을까?
우리들의 그 아픈 네트워크에 하얀점들이 등록되는 소리
옥상에서 만나요
화자인 '나'가 언니들에게 받았던 따뜻한 위로를 또다시 너에게 건네준다.
"이제 내가 있는 옥상은 뛰어내려도 살아남을 수 있는 높이야. 더는 뛰어내리고 싶지도 않고. 하지만 너는, 내 후임으로 왔다는 너는, 아마도 그 옥상에 자주 가겠지. (…) 밑면에 내가 방수 처리를 해서 붙여 놓은 편지와 비서를 발견할 수 있게. 너라면 이해할 수 있을 거야. 모든 사랑 이야기는 사실 절망에 관한 이야기라는 걸. 그러니 부디 발견해줘, 나와 내 언니들의 이야기를, 너의 운명적 사랑을, 그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 줄 기이한 수단을"
내게도 엉킨실 같은 매일매일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해주는 언니가 있었으면
소설은 사회의 부조리함들을 보여준다.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속의 등장인물들은 연대하고 있다.
책을 읽고 나면 따뜻한 위로를 받는 것 같았다.
책속의 등장인물들이 조금씩 나를 투영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.
주제는 무겁지만, 작가님 특유의 따뜻함으로 상쇄된다.
단편소설이라 글의 호흡이 길지 않기 때문에 책을 한 번 읽어보고 싶다 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.
현실이 힘들지만, 따뜻한 위로가 받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.
그리고 판타지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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