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영화

할머니의 먼 집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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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할머니의 먼 집

2016년 9월에 개봉한, 할머니의 먼 집. 4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왓챠에서 보게 되었다.

영화를 왜 찍냐는 할머니의 물음에 “내가 보려고” 답하는 감독님의 말이 깊게 와닿았다.

그 말처럼 할머니의 먼 집은 카메라로 찍는 것보다 눈에 담고자한 영화이다. 


장면 하나 하나에 할머니에 대한 손녀딸의 애정이 느껴지기 때문이다.

지극히 개인적이고 민감할 수도 있는 할머니와 가족들의 이야기 그리고 손녀와 할머니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. 할머니의 시간과 가족들 그리고 나의 시간은 모두 다르게 흐르니까. 저마다의 생각이 다 이해됐다.

영화 내내 할머니의 다정한 말들에 눈물 흘릴 수밖에 없었다.

-밥 묵었쪄?

-니가 제일루 보고자팠어

감독님과 할머님의 이야기로 하여금 나와 할머니의 이야기가 떠오른다.

 


 -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

 

영화를 보고 나니 2주전 우리집으로 온 택배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.

 

우리 집엔 철마다 엄청나게 커다란 택배가 온다. 그 택배 안에는 육해공이 다 담겨있는데. 택배의 발신자는 나의 외할머니이다. 외갓집에 가면 그 누구든지 무조건 고봉밥을 먹어야 하는 법 아닌 법이 있다. 밥이던 국이던 뭐든지 꽉꽉 눌러 담는 할머니에게 택배도 예외는 아니다. 우리 집과 할머니 집의 거리는 305km나 된다. 쉽게 오갈 수 없는 그 거리만큼 박스는 늘 채워져있다.

박스를 열면 내가 사는 이곳에선 쉽게 볼 수 없는 것들이 담겨있다.

이곳에선 쉽게 살 수 없는 생선, 윤이 반질반질 나는 과일, 종류별로 담근 김치 등등 그 큰 박스에 여기에 나열하면 이 한 면을 다 써도 모자라고 귀한 것들이 채워져있다.

우스갯소리로 외할머니의 취미가 택배 싸기라던 외할아버지의 말이 귀에 맴돈다. 5시 반이면 새벽시장에 가서 장을 보고 집에 돌아와 김치를 담그고, 나물을 무치고, 만두를 빚는 외할머니의 모습이 그려진다. 왜 힘들게 택배를 부치냐는 나의 걱정 섞인 목소리에 외할머니는 부모한테 자식은 80살을 먹어도 애라고 했다. 무뚝뚝한 그녀의 말투와 다르게 마음은 늘 흘러넘친다. 할머니 집에서 우리 집으로 돌아갈 때면 빈손으로 간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였으니까. 우리 가족의 가방은 앞뒤로 빵빵해진 채로 돌아가야만 했다. 내가 할머니가 돼서도 자식들에게 흘러넘치는 사랑을 보낼 수 있을진 잘 모르겠다.

매번 전화할 때마다 밥 묵었나?로 운을 띄는 나의 할머니. 밥 묵었나 그 한 마디가 그녀에겐 안부 인사이고 사랑이다.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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