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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여자배구를 왜 사랑하는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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날씨가 추워지는 걸 알아차리면 수능이 곧인 것처럼, 내게는 날씨로 체감하는 것이 또 있다. 바로 배구다. 배구 시즌이 다가오면 계절이 변화하려고 옷을 갈아입는 게 느껴진다. 기나긴 비시즌을 지나 찾아오는 배구. 대략 5달 조금 넘는 대장정이 시작된다. 매 시즌 보는 배구이지만 얼마나 기다려 왔는지 모르겠다.  학교 다닐 때에는 체육과는 거리가 멀었고 아빠가 다른 스포츠를 꼬박꼬박 챙겨보실 때에 뭐가 재미있길래 왜 아빠는 그 시간에 티비 앞으로 갈까라는 생각을 했던 내가 어쩌다 배구를 좋아하게 되었을까?
사랑은, 그리고 덕질은 교통사고라고 어느 순간 배구에 빠져버렸다. 그래서일까 아빠의 스포츠 사랑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. 몇 월 며칠 어느 시간대에 배구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확언할 수 없지만, 단 하나 확실한 건 시작은 배구가 재미있었기 때문이다. 단체 스포츠의 묘미가 다 그런 것이겠지만 특히 배구에서는 선수 한 명이 잘한다고 해서 세트를 가져오는 것도 그리고 경기에서 이기는 것도 아니다.
코트 안에 들어오는 6명이 다 제 몫을 해줘야 한다. (아웃사이드히터, 미들블로커, 세터, 아포짓스파이커, 리베로)

블로킹으로 상대 공격을 한 번에 막아냈을 때에 그 짜릿함.
코트 안에 공이 떨어지지 않게 몸을 날려서 수비하는 모습.
접전 끝에 또 팀 분위기를 뒤집는 공격을 보면 배구에 재미를 안 붙일 수가 없다. 도쿄 올림픽 도미니카전에서 4세트에서 김연경 선수가 한 말이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다. 배구뿐만 아니라 삶을 관통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는데 "해보자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"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종종 생각나고 위로되는 말이다. 아무래도 나는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는 것 그리고 치열함에 반해 배구를 좋아한 것 같다.
좋은 걸 좋다고 상대방에게 말하는 것은 두리뭉실하고 어려운 것 같다. 그래도 나의 이 마음이 또 이 글을 우연히 읽는 한 명이 배구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그걸로 된 것 아닐까? (여자배구 재미있으니까 많이 사랑해 주세요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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